이사한 지 얼마 안돼서, 혹은 이사하기 얼마 전쯤
이래저래 내가 가르치던 프랑스 학생들이 하나 둘씩 한국에서 여행을 다녀감.
사실 이사하기 전에는 이것저것 스트레스도 너무 많았고
그동안 강의 스트레스로 생긴 어느정도의 대인기피 때문에
학생들이 그 먼 길을 따라 한국까지 왔으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간 경우가 대다수였음ㅠ
사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좀 많이 후회함.
그래도 나가서 좀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할 걸..
그래도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
곧 프랑스에 갈 거라는 확신이 생겼으니 조금만 더 참고
프랑스에 가서 다 보리라 다짐함.
그래도 그 와중에 본 친구들이 있음.
게다가 타이밍 좋게도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가 있었고,
한국에 여행 온 친구가 있었는데,
한 친구는 재작년 부산 락페도 같이 가고, 정말 소중한 추억을 많이 쌓았던 친구고
한 친구는 내 수업 듣는 학생들 중 제일 모범생에
그랑제꼴까지 준비했을 정도로 똑똑했던, 그리고
아무리 화상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많은 추억을 쌓았던 너무 소중한 친구였기에,
안 갈 수가 없었음!!
근데 그렇게 따지면 다른 학생들도 다 그랬겠지만ㅠ
그래도 이 학생들 와 있을 때 힘들어도 어기적어기적
힘든 몸을 이끌고 힘들지 않은 척
그렇게라도 만나야겠다 싶었음.
사실 대단한 계획이랄 건 없었고,
대단하게 이야기할 거리도 딱히 없지만
소소하게 장보고
서로 한국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 한 가지씩 정해서 우리집에서 만들기!
한 친구는 진짜 찐찐프랑스인이고,
한 친구는 모로코 오리진 프랑스인이었는데
찐찐프랑스인 친구의 이름은 시몬,
모로코 오리진 프랑스인 친구의 이름은 나즈와,
이미 이름에서도 알 수 있음
...
은 아닌듯
시몬은 이탈리아쪽 이름인가?
아무튼아무튼
근데 시몬이랑 같이 수업할 때 이야기하다가
나는 요리할 때 이상한 조합 시도해보는 거 좋아한다고 하니
자기도 그런다며!ㅋㅋㅋㅋ
그래서 자기는 페타치즈를 정말 좋아하는데,
페타치즈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샐러드에 넣어먹는 프레쉬 치즈임.
근데 그걸
따뜻하게 구운 감자랑
타바스코 소스랑 같이 먹는다는 거임.
이런저런 조합을 시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혹은, 페타치즈에 대한 편견이 없는 우리들에게는
음? 그냥 들어만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기도 한데,
프랑스인들한테는 괴조합일 수도 있을 것.
프랑스인들, 변화를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한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고상고상 그 자체, 편견 덩어리들ㅎㅎ
그래도 그런 것도 다 귀여우니까 봐준당
암튼!
그렇게 난 알바하지 않는 날, 약속을 잡고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함
나즈와는 실제로는 처음이고 시몬이랑은 이미 봤던 상태였는데
시몬이 먼저 도착해있었고,
나 그 다음 나즈와 순서로 도착!
시몬은 머리를 또 예쁜 분홍이로 염색하고 와서ㅠㅠ
진짜 이 스타일리쉬한 이 친구 어쩔거냐고요.
스타일리쉬해서 다가가기 힘들어 보이는데 세상 이만한 천사가 없음.
그리고 나즈와ㅠㅠㅠ
역시..다들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배로 예쁘고 멋져
실제로 보니까 너무 반가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따로 한 명씩 만나는 시간도 한 번씩 가질 걸 싶었다는 생각이..ㅠ
지나고 보니 후회만
근데 그 때는 그럴 기력이 없었음. 그랬음ㅠ
그렇게 바로 롯데마트로 ㄱㄱ
다행히 나즈와가 하려던 요리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료가
집에 있는 상태였고
(나: 향신료 부자)
시몬이 하려는 시몬만의 독특한 레시피는
프랑스인들 특유의 아주아주 간단한 자취레시피같은 느낌이기에
페타치즈, 감자 정도만 구입
나는 그래도 이 친구들 왔는데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재료 한가득ㅋㅋ
그리고 시몬이 한국에 오면서 내가 프랑스 마요네즈 좋아한다는 거 기억해주고
마요네즈 프리츠랑 타바스코 소스까지 사옴ㅠㅠ
타바스코는 한국에도 있는데 바부🩷🩷
그 마음이 너무 감동감동
그리고 나즈와는 같이 수업 때 얘기했던 금목서향 오일이랑
장미오일, 내가 인센스 좋아한다고 했던 거 다 기억하고 다 챙겨서 와줌
흐앙.......ㅠㅠㅠㅠ
그리고 인센스는 지금도 꾸준히 가끔씩 사용중인데
진짜 한국에 없는 향이고 향이 인도에서 온 거랑 다르게 뭔가 차분하고 고급진 느낌..
이거 모로코 가서 소싱해서 내가 판매할 거임.
암튼 너무나 멋진 선물을 받은 나는..
나는...
나 그지라서 준비한 게 없는데에에😭😭😭
그리고 사실 수업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특징적이거나
반복적인 거 몇 개 제외하고는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눴다는 거 조차도
기억이 안 나는 나년..ㅠ힝...미안해 쥬금
그래서 사실 전에 이탈리아 친구한테 주려고 챙겨뒀으나 여전히
보내지 못하고 있었던 한국 선물들을 꺼내서 줌
마치 나도 준비했다는 것처럼
근데 아마 다 티났을 거임 준비해놓은 게 아니라는 걸ㅅㅂ..
개개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그등요.
그저 랜덤 선물이었고 나 심지어 안에 뭐가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났음
내년에 프랑스 갈 때 진짜 선물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지.
그래도 나름 예쁘다고 소문난 국립 고궁 박물관 굿즈들 중에 하나였고
나름 돈 있을 때 신경써서 준비한 선물들이어서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음.
제발 그랬다고 해줘..
국립 고궁 박물관 수저세트, 노리개, 컬러 소주잔, 한국카드게임,
그리고 국립 고궁 박물관 편지지, 뱃지 그런 거였던 듯.
담에는 더 예쁜 거 준비해서 마구마구 뿌려줄테야
선물에 백만원 이백만원을 써도 행복할 거 같오
이런 거 보면 나 진짜 기버성향 오져
집 오는 길에 시몬이 또 필름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주고ㅠㅠ
진짜 프랑스 사람들 뭐냐고요
난 프랑스 사람들 만나면 만날 수록 감동만 받는다구요..ㅠ
흐아ㅏ 남는 건 사진뿐이랍니다 여러분
그리고 기억 그리고 사람?
난 대체 왜 한국 친구들은 오래 가질 않는데 내 곁에
오래남는 친구들은 프랑스 친구들 뿐인거 같지?
그렇게 집에 하하호호 도착해서
여러가지 벌써 이런저런 메뉴를 생각해놓은 나.
내가 먼저 요리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
왜냐면 나는 오래걸리고 다른 사람은 오래 안 걸리니까
내가 오래 걸리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음식이 다 식어버리잖음
그래서 내가 스타트를 끊으며 만들기 시작한
김치전
부추전
김치볶음밥
순두부김치찌개
이 네 가지ㅎㅎ
하이고 많다
아, 여기서 시몬이 오보락토베지테리언이라 이렇게 메뉴선정함.
금방 할 줄 알았는데 재료 손질 때문인지 예상 외로 시간이 꽤 걸려버림ㅎ
기다리는 두 명은 계속 나한테
"도와줄 거 없냐"고ㅋㅋ
어딜가나 이 프랑스 사람들 왜 다 똑같냐구
혼자 요리하고 있으면 무조건 돕겠다고 계속 도와줄 거 없냐고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하라고 우리 여기 있다고!
ㅎㅎㅎ
근데 내가 남 시키는 걸 잘 할 줄 몰라서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켜야할 지를 몰라서..
그래도 마늘 까달라하고 부추 썰어달라함 헿
부탁하는 것도 연습해야 늘거등요.
서른 다 먹고 아직도 연습중임다.
그리고 기다리면서 LGBT이야기,
아랍어 이야기도 했음.
나즈와가 아랍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내 이름도 이렇게 아랍어로 써줌
물론 어떻게 쓰는 지 평소엔 기억할 수 없음ㅠ
이것이 바로 꼬부랑 글씨 그 잡채 아임니꺼?
아랍어 이름 써주는 나즈와ㅎㅎ
내 요리는 약간 정석대로 한 요리가 아니고 나름 건강식으로 하겠다고
부침가루 대신 타피오카 전분,
설탕 대신 스테비아.
근데 사실 이렇게 하면 나는 맛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맛없어하긴 함.
그걸 깨닫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음ㅋㅋㅋ
스테비아 용량 조절을 약간 실패한듯,
그리고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부침개도 너무 달고 짰음ㅎㅎ
아니 사실 다 식고나서 먹으니 많이 그렇게 느껴졌는데
막상 해놓고 바로 먹을 때는
"나는"
몰랐음ㅎㅎ
난 맛있게 잘 먹음
(눈치없는것)
내 요리를 얼추 다 끝낸
부엌
난장판
좁은 부엌에서 고생했슈 내 자신
그리고 시몬이 감자를 구웠고
감자 굽는게 이 조리의 시작이자 끝임.
나즈와 요리재료는 토마토소스랑 계란, 마늘 그리고 킥인 큐민파우더, 그리고 파슬리
(영상 다시 돌려보면서 깨달음, 너무 맛있어서 이거 또 해먹겠다고 시도했는데
전혀 똑같지 않더라니...마늘 파슬리 다 빼먹고)
(큐민이 난 저렇게 팍팍 들어가는지 몰랐징)
역시 모로코, 우리가 아는 에그인헬이었는데 거기에 큐민 하나 들어갔다고
갑자기 중동음식됨.
그렇게 요로코롬 모로코음식을 만듦.
둘 다 말도 안되게 간단한 간단식임ㅋㅋ
테이블 위에 뭐가 너무 많은...
요리가 거의 끝나갈쯤 진짜 오랜만에 프랑스식 상차림을 하는데
아 진짜 나 이거 너무 그리웠다고요ㅠㅠ
친구 집에 있을 때 밥 먹기 전에 무조건
테이블 준비를 하는 과정이 있음. 모두가 일사천리로 접시와
커트러리를 깔고 위에 냅킨을 한 장 예쁘게 세팅을 함.
이것도 프랑스 전국 공통임.
근데 나 이거 진짜 오랜만에 해서 너무 행복했음ㅠㅠㅠㅠㅠ
바게트는 빠질 수 없음
밥은 없고 순두부찌개랑 바게트 먹으라 이거임ㅎ
(근데 사실 바게트랑 먹으니 국이 잘 안 들어가긴 함.
프랑스에서처럼 수프를 맨 먼저 먹고 식사 시작하니 약간 어색쓰ㅎㅎ)
나는 가짓수로 승부ㅋㅋ
시몬의 페타감자
(이 날 지은 이름, 프랑스어+한국어의 혼종)
나즈와 요리는..
나즈와 요리 이름은 발음만 대충 따라함.
이름을 아직도 모르겠음ㅠ
간단한 요리더라도 둘 다 맛은 진심 존맛탱.
아니 근데
진짜 여러분 페타+감자후라이+타바스코+그리고 시몬이 가져온 프리츠 마요네즈
여러분 이 조합 진심 미침요.
페타의 고소함+타바스코의 매콤함+프리츠 마요네즈의 향긋함과 고소함+감자의 과하지 않은 달달함
여기 모든 맛이 다 들어가있음.
어떻게 먹는 거냐면요
1. 먼저 프리츠 마요네즈를 뿌립니다.
2. 타바스코 소스를 마요네즈와 잘 섞어줍니다.
3. 페타 치즈를 떠주고
4. 소스랑 감자, 페타치즈를 한꺼번에 냠해주셈.
태국 음식 저리가라요.
나중에 프리츠 마요네즈도 판매할 거임
진짜 존맛탱이그든요.
열심히 요리하는 나즈와랑
감자구운 철판 열심히 설거지해주는 시몬 등판🩷
그냥 뒷모습일 뿐이지만, 힘내서라도 만나기로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그냥 다 같이 이러고 있는 이 공간이 너무 행복했음.
Trois personnes dans une petite cuisine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뭐가 제일 맛있었냐고 물으면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요네즈요"
라고 함.
그 정도로 여러분이 상상하고 여러분이 지금껏 먹어왔던 마요네즈가
사실은 마요네즈가 아니었다는 것을...
근데 거기에 향신료까지 더해서 감자튀김을 위한 마요네즈를 만들었다고요?
진짜...
마요네즈 많이 먹으면 살 찌는데 자꾸 마요네즈를 사랑하게 만듦
이 프랑스라는 나라는ㅠㅠㅠㅠㅠ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즈와의 끝없는 사진을 구경한 후
나즈와가 설거지를 해주고🩷
(프랑스에서는 초대받은 집에 초대받은 친구가 반드시 설거지 및 테이블 정리를 모두 같이 하고 떠나줘요.
한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라 공통적으로 그렇게 교육받는 듯함.)
그렇게 우리는 빠빠이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날 이후로 난 프랑스 마요네즈에 이어
타바스코 신봉자가 되벌임..
ㅎ
타바스코❤️
근데 뭔 종류가 이리 많다야
다 먹어봐야겠구먼
또 웃긴 건 나즈와의 사진 구경은 정말 말그대로 끝이 날 생각을 안 했는데
눈치빠른 시몬은 피곤하다고 이제 해산하자며
고마워 시몬..헤헤
하지만 끝없는 사진 구경 또 하고 싶고 시몬도 보고싶당
보고싶다🩷
곧 보자요!
+
이 글을 쓰는 내내 내 표정
이사 이후 썰썰썰 3 - 인터넷 기사님이 사고를 치셨어요.. (0) | 2024.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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